양재 헤이노커피 지하에서 맛보는 부드러운 커피
양재시민의숲역 근처에 헤이노커피라는 카페가 새로 생겼다. 도통 카페가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뜬금없는 위치에 카페가 생겼대서, 신랑과 근처에 일을 보러 간 김에 굳이 헤이노커피를 찾아가 봤다.
헤이노커피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도보 10분, 지하에 자리잡은 카페
헤이노커피는 주택이 모여있는 주택가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지상이 아닌 지하 카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통창이 없어 답답하고 약간 꿉꿉한 지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지하실로 들어갈 때도 기분이 편치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을 나름 분위기 좋게 꾸며두었다는 것. 그래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만큼은 지하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냥 조용한 1층 카페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쾌적했다. 일단 조명이 밝아서 지하 특유의 어두운 느낌이 적다. 그리고 인테리어를 모두 흰 색으로 해 놓아 공간이 넓어 보인다. 여러 명이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룸 형태의 공간도 있어 미팅하기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아쉽게도 지하실 냄새는 좀 났다. 뭐랄까, 살짝 공기가 꿉꿈하고 냄새도 환기 잘되는 지상 카페와는 좀 달랐다.
내가 이 냄새에 살짝 예민해서 더 느낀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닥 이 냄새에 민감하지 않은 분이라면 큰 불편함 없이 카페를 이용할 수 있을 듯.
매장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꽤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커피머신 위에 놓인 이 예쁜 백들을 보며 조형물인가, 예쁘다! 라고 했더니, 눈썰미 좋은 신랑이 바로 이건 컵이라고 정정해줬다. 알고 보니 정말 컵이 옆으로 뉘어있는 형태더라.
이렇게 깜찍하고 예쁜 소품은 어떻게 생각해내셨을까. 투박하고 모던한 카페 곳곳에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이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듯 했다.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 묵직한 커피 향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산미가 1도 없는 묵직한 커피다. 이상하게 산미가 들어가면 향을 맡자마자 당장 커피를 그만 마시고 싶어진다. 커피 취향은 신랑도 마찬가지여서, 산미가 있는 커피밖에 없는 카페엔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다.
헤이노커피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커피는 산미가 없고 고소한 향이 지배적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하고 커피를 주문해봤다.
커피는 주문한 지 5분 정도 이후에 제공됐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신랑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리는 동시에 커피를 마셔보고 나서, 서로에게 눈웃음을 쳤다. 정말 산미가 하나도 없고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었다!
얼마 전 일본여행에서 만난 다크 로스트 커피보다도 더 묵직하고 고소한 맛. 산미가 정말 0.1도 느껴지지 않는.
이건 정말, 우리 부부의 커피취향을 100% 만족시키는 커피였다.
커피 가격은 한 잔에 3,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동네 다른 커피와 비교해봐도 월등히 저렴하다. 우리는 커피 두 잔에 6,000원 가량을 지불하고 나왔다.
지하실 공간 특유의 냄새나 분위기를 없애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카페의 핵심 요소인 커피 맛이 너무나도 취향저격이었으니 만족도는 높다.
아. 위치가 애매한 것은 약간의 단점. 이 동네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쉽게 찾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정말 이런 곳에 카페가 어떻게 있다는 것이지? 라고 생각할 만한, 주택가 한가운데에 카페가 위치해있으니까.
다크하고 묵직한 커피 맛을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헤이노커피를 방문해보셔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