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아쿠아플라넷 63 방문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아쿠아플라넷 63 방문기

 

휴일에 아기를 데리고 어디갈까 하다가 아쿠아플라넷 63에 가기로 했다. 이 상징적인(?) 수족관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63빌딩은 어렸을 때 엄마아빠랑 자주 놀러왔었던 곳이다. 그 때는 3D 영화관, 수족관, 전망대를 묶어서 구경하고 오곤 했었다.
비록 이 자리에 다른 의미로 기념비적이고 역사적인 퐁피두센터가 들어선다고 하지만,
국내 최초 아쿠아리움이자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과 자주 왔었던 공간을 아기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63빌딩 아쿠아플라넷

휴일 오전 11시쯤 63빌딩에 방문했더니 슬슬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미리 티켓을 구입해서 입장했다.
우리가 구입한 티켓은 아쿠아플라넷과 달튼 전시를 합해 2인 기준 3만원 대 후반으로 판매하는 티켓이었는데, 우리는 전시는 따로 보지 않고 아쿠아플라넷만 이용했다.
아기와 함께 전시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아직 무리데스.

입장할 때 대기는 따로 없었다. 아쿠아리움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모습들이 보였다. 버터플라이잉어, 해파리, 물범 등등.
아기는 신기한지 “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지만 정작 아기가 신기해하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자기 그림자였던 듯..
여기저기 특이한 조명이 많이 달려있는데, 조명때문에 그림자가 생기면 아기가 엄청 좋아하며 그림자로 달려나갔다.
그래.. 수족관에 데려온 건 지극히 엄마의 욕심이었구나. ㅎㅎ

아쿠아플라넷은 수조 높이가 높다. 대부분 어른들 허리 위쪽에 형성되어있다.
그렇다고 아기를 들어올려 받침대에 세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어서,
우리 아기는 이렇게 바닥에 서서 고개를 들어 물고기를 구경했다.
가끔 자기가 진짜 궁금한 물고기가 있으면 엄마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쿠아플라넷은 다양한 쇼나 생태체험을 진행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1시 반에 물범 관에서 생태체험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12시 40분부터 물범 관 앞 의자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뭣도 모르고 그냥 앉아있었는데.. 양옆 앞뒤로 사람들이 빼곡히 차더니 급기야 우리가 차지했던 자리까지 마구 침범하기 시작.
우리 가족은 굳이 물범을 보고 싶지도 않고 아기도 생태체험을 이해할 나이가 아니어서 그냥 안 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으려고 경쟁하는 것은 알겠는데.. 서로 밀치거나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말았으면!
이래서 내가 웬만하면 평일에만 다닌다.. 주말에 복잡한 곳에 아기를 데려가면 서로 힘들어 ~_~.

그 외에도 머메이드쇼가 예정되어있어 사람들이 엄청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과감히 패스!
예전에 데이트하면서 이미 다~ 봤다. 그리고 아기는 지금 봐봤자 기억도 못한다.
우리는 특정한 쇼보다는 그냥 이 공간의 느낌과 수족관의 신기한 규모, 물고기를 아기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수족관을 나오고 보니 한 1시간 10분 쯤 돌아다녔더라.
코엑스나 롯데월드에 있는 수족관에 비해서 63빌딩 아쿠아플라넷은 규모도 작고 동선도 불편하다.
관람 중간중간에 엘레베이터를 타고 위아래로 이동해야 하니 우리처럼 유모차로 이동하는 가족 단위들은 힘이 촥 풀려버림..

게다가 사람이 돌아다니는 길도 좁고 물고기 종류도 많지 않았다. 확실히 좁고 오래된 옛날 수족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이 공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막상 사라진다니 좀 아쉬웠다. 아쿠아플라넷 자리에 생기는 퐁피두센터도 다음에 한번 구경하러 와야겠다.

 


 

63빌딩에는 작은 규모의 푸드코트가 있다. 아쿠아리움을 스르륵 구경하고 나니 급 배가 고파서, 우리는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 곳 푸드코트는 중식, 한식, 누들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가게만 있다. 그런데 좌석은 굉장히 많다. 그러다보니 좌석을 맡을 필요 없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아쉬운 건 음식의 종류와 퀄리티. 요즘 한국 백화점만 가도 푸드코트 퀄리티가 엄청난데.. 63은 역시 옛날 퀄리티에 멈춰있나보다.

우리가 주문한 김치찌개와 미역국+돈가스 세트. 맛은 그냥 그랬다. 음식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좌석 자리잡는 경쟁을 안해도 되는 건 분명한 장점이었지만, 음식의 맛과 종류는..잘 모르겠다.

 


 

아쿠아플래닛 구경에 푸드코트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어느덧 반나절이 흘렀다. 다행히 아쿠아플래닛과 푸드코트에서 주차 적립을 받아 주차비는 무료!
반나절 아기와 알차게 놀았다. 🙂

한때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상징하는 멋진 건축물이었던 63빌딩.
이제 서서히 아쿠아리움도 없어지고 여러 변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도 건물의 뼈대, 디자인, 기능은 사라지기 말길.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책임져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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