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여긴 가보자 (2) 블루 시카고&앤디스 재즈클럽
재즈의 고향은 뉴올리언즈, 미국에서 유명한 재즈바는 맨하탄 블루노트.
재즈로 유명한 장소들이 이미 미국에 많기에, 시카고는 얼핏 재즈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에도 재즈로 유명한 곳이 몇 군데 있으니, 바로 “블루시카고”와 “앤디스 재즈클럽”이다.
정통 재즈는 아니다. 심금을 울리는 수준의 깊이 있는 연주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카고 스타일의 재즈를 즐기고 싶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다면 이 재즈바들이 그 니즈를 채워줄 것이다.
-
스테이지에서 실컷 춤 출 수 있는 곳, 블루시카고
블루시카고는 식사 대신 술과 음악, 춤을 즐길 수 있는 재즈바.
규모도 작고 스테이지에 있는 밴드도 조촐하지만, 입장료만 내면 음악을 들으며 남 눈치 볼 것 없이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다.
1인당 입장료는 12불. 입구에서 현금으로 지급하고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이나 바 자리 중 편한 곳에 착석해 음료를 주문하면 된다.
나는 마가리타 한 잔을 주문했다. 바텐더에게 팁 포함 가격을 현금을 지불하고, 잔 가장자리에 소금을 잔뜩 얹은 달달하고 짭짤한 마가리타 한 잔을 받아들었다.
“With salt?”라고 묻기에 “of course!”라고 답하긴 했지만 솔직히 소금을 이렇게나 후하게 얹어줄 줄은 몰랐다.
입술이 아릴 만큼 짠 소금과 술을 마시니 금방 취했다. 마침 음악도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어서, 우리는 스테이지 앞 쪽으로 나가 신나게 춤을 췄다.
누구도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나게 몸을 흔드는 분위기! 20대 때 말고는 이렇게 편하게 맘껏 논 기억이 없다.
재즈바 안에 있는 사람들은, 퍼포머든 손님이든, 모두 하나가 되어 맘껏 신나는 분위기를 즐겼다.
12불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모처럼 행복한 밤을 즐긴 듯 하다.
2. 식사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앤디스재즈클럽
앤디스재즈클럽은 블루시카고와 분위기가 조금 다른 재즈바.
술 뿐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도 공연을 볼 수 있는데, 조용하고 아늑한 공연장 느낌이 강하다.
시간대마다 공연이 정해져 있어 오픈테이블 앱으로 공연 리스트를 보고 예약해두는 편이 좋다. 우리는 당일 공연 3시간 전 앱으로 예약을 했다.
입장료는 인당 15불. 재즈바 입구에서 직원에게 입장료를 내면, 직원이 예약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해준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스테이지 바로 앞 자리로 안내받았다.
앤디스재즈클럽은 술 뿐 아니라 음식도 판매한다. 우리는 배가 고픈 상태여서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나초수프림과 립을 주문했다.
음식은 빠르게 나왔고 양, 맛 모두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맘에 들었던 건 나초수프림. 나는 나초수프림을 정말 좋아하지만 미국에서 마음에 쏙 드는 나초수프림을 찾는 게 쉽지 않았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나초수프림’을 만났다. 앤디스재즈클럽에서.
솔직히 공연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정통 재즈가 아니기도 하고, 음악 선곡이나 노래 퀄리티도 별로. 그래서 우리는 공연을 다 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본 공연의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정말 잘 쳤다. 이렇게 잘 치는 재즈 피아니스트는 본 적이 없다. 넋 놓고 그 손가락을 봤을 정도.
게다가 부수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식사 퀄리티, 서비스, 재즈바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었다.
나는 재즈를 잘 모른다. 하지만 재즈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는 잘 안다.
두 재즈바 모두 그 재즈 특유의 분위기는 없었다. 뭐랄까. 음악이 다분히 현대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술,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그 자체로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면, 야경투어나 맛집투어보다 이 두 곳을 방문한 밤들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술 한 잔에 취해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블루시카고를.
맛있는 식사와 함께 괜찮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앤디스 재즈클럽을 방문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