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여긴 가보자 (5) 시카고 리버 크루즈 아키텍처 투어
시카고 여행 중 꼭 해야 할 일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두말 없이 아키텍처 투어를 꼽겠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시카고리버가 시카고의 상징인데다, 에머랄드 색의 강물과 주변 건축물도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종종 인스타 릴스, 유튜브 등을 보면 강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우뚝 솟아있는 아름다운 미국 영상이 등장하는데, 80% 정도의 확률로 그 장소가 시카고 리버다.
아주 오래 전 시카고에 들렀던 내가 다시 방문할 날을 꿈꿨던 것도 시카고 리버 때문.
이 시카고 리버를 크루즈로 여행하면서 주변 건축물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리버 크루즈 아키텍처 투어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이번에 시카고 시티 패스 3회 티켓을 100불 정도 구매했다. 이 티켓으로 여러 관광 명소 중 3곳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는 리버 크루즈에서 이 티켓을 사용했다.
별도로 아키텍처 투어 티켓을 구매하려면 30~40불 정도 내야 한다.
투어는 70분 정도 진행된다. 30~40분마다 한 대씩 크루즈가 운행되니, 편한 시간으로 예매해 크루즈에 탑승하면 된다.
우리는 저녁 8시 15분 배를 탔다. 해가 늦게 지는 편이어서 이 때 쯤 배에 탑승하면 일몰과 야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버 크루즈 아키텍처 투어
- 운행 일정: 30~40분에 한 대씩 운행
- 소요 시간: 70분
- 좌석: 건축물을 눈에 담고 싶다면 가장자리 좌석 추천, 설명을 잘 듣고 싶다면 앞 좌석 추천
아키텍처 투어 탑승장은 애플 스토어 바로 앞. 우리는 탑승 15분 전에 탑승장에 도착했다. 이 때부터 해는 이미 어느정도 저물고 있었다.
티켓을 제시하고 크루즈에 탑승했다. 자리는 지정되어있지 않아 원하는 곳에 앉으면 된다.
우리는 건축물을 잘 보고 싶어서 양쪽 사이드 좌석에 앉았는데, 설명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앞 자리에 앉는 게 좋겠다. 뒤 쪽 옆자리는 아무래도 설명이 잘 들리지 않았다.
크루즈는 정시에 탑승장에서 출발한다.
크루즈가 출발하면 가이드가 앞 쪽에서 도시와 건축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시카고 리버가 에머랄드 색인 이유(유해하지 않은 염료를 풂), 각 건물들의 특징,
도시의 역사, 바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특별하게 건축한 건물들 등등.
상세히 듣고 싶어도 관광객들의 떠드는 소리와 가이드와의 거리때문에 설명은 많이 놓쳤다.
그래도 어차피 크루즈를 탄 이유는 건축물을 이해하고 싶기보다 이 강의 아름다움과 야경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니, 아쉽지는 않다.
옥수수를 닮아 콘 빌딩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는 이 건물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차장이다. 알알이 차들이 박혀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실제로 주차장을 오르내리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비춰지기도 했다.
위 쪽은 사람들이 사는 거주지인 듯. 강가에 위치한데다 주차장이 딸린 상징적 건물이니 거주비는 비쌀 듯.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 색은 짙어지고 건물도 하나둘 불이 켜진다. 투어를 시작한 지 30분 쯤 지났을 땐, 완벽한 도시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올림픽대로에서 보이는 한강의 야경을 참 좋아한다. 그 곳에서 바라다보이는 강 건너의 스카이라인이 참 예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카고 야경도 다른 의미로 참 멋져 보인다. 좁은 강과 높은 빌딩들의 조합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게, 인공물이라도 자연만큼이나 감탄스럽다.
약간 웃겼던 건, 역시나 이 곳에서도 유럽에 대한 은근한 사대가 느껴졌다.
유럽의 무슨 미술관을 닮았다, 유럽풍이다, 이런 설명도 여러 번 나오고. 유럽 비스무리하게 만들어둔 건물도 꽤 보였다.
전혀 유럽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직전에 찐으로 유럽을 다녀와서일까?
“비슷한” 요소가 보인다, 까지는 인정.
크루즈 투어가 끝날 때쯤 도시는 완전한 밤이었다. 시카고의 치안에 대해 말이 많은데, 적어도 다운타운 중심지는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경찰차도 계속 다니고 관광객들도 굉장히 많다. 당연히 탑승장과 그 근처도 안전하다.
덕분에 우리는 건축물 투어의 감동과 즐거움을 마음에 담은 채로, 안전하게 다음 관광 코스인 시카고 피자를 먹으러 이동했다.
강에서 즐기는 크루즈 투어는 어느 도시에나 있다. 하지만 내 마음 속 1등 크루즈 투어는 바로 시카고의 아키텍처 투어다.
해가 질 무렵 투어에 참여하면 시카고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낮의 풍경, 저녁의 풍경, 밤 풍경까지 여유있게 누릴 수 있다.
단 돈 30, 40불로!
시카고 리버는 낮에도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니 낮 풍경까지 즐기고 싶으시다면 7시 정도에 탑승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투어 중간에 배가 고프지 않도록 식사는 전에 하시길.
good
- 자리에 앉아 눈과 귀로 즐기는 시티 투어
- 가격도 저렴한 편(30~40불)
tip
- 건축물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옆자리를, 설명을 잘 듣고 싶다면 앞자리를
- 식사는 미리 하고 투어에 참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