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청역 맛집 송원 스키야키 샤브샤브, 여전한 그 맛
치과 진료를 마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기 위해 샤브샤브, 스키야키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 <송원>을 찾았다.
송원은 내가 시청역 근처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종종 들렀던 곳이다. 음식도 맛있고 가게도 깔끔해서, 기자인 친구들, 가족들과 식사할 때 자주 들르곤 했었다.
다행히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영업하고 있어서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코로나 시절에 여러 음식점들이 사라졌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집은 어떤 상황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
시청역 샤브샤브, 스키야키 송원
위치: 북창동 먹자골목, 샐러디 건물 2,3층
송원은 북창동 먹자골목에 위치해있다. 총 3층으로 된 건물의 2층, 3층을 쓰기 때문에, 음식점에 가려면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간판이 크지도 않고 한자로 되어있는데다 건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무심코 방문하는 사람들보다는 단골이 더 많은 것 같다.
탁 트인 공간, 혼밥 하기도 제격
2층으로 올라가면 조선호텔이 바라다보이는 통창이 딱 보인다. 마침 창가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식사하고 있어서 사진을 못 찍었네. 아쉬움.
포인트는 창문이 크고 조망이 좋아서 공간이 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샤브샤브나 스키야키같이 음식을 끓여먹는 음식점은 환기가 필수인데, 이 곳은 환기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스키야키 1인분, 23,000원(호주산 기준)
송원의 스키야키는 호주산 고기를 먹을 경우 인당 23,000원, 한우 고기를 먹을 경우 인당 30,000원. 약간 고민하다가 호주산을 골랐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가격대는 높은 편이다.
주문을 하자마자 밑반찬이 깔렸다. 김치, 장아찌, 샐러드, 그리고 스키야키의 하이라이트인 달걀.
이 달걀이 뭐라고 그렇게 맛있나. 달걀에 재료를 넣어 먹는 그 독특한 특성 때문에 샤브샤브보다 스키야키를 더 자주 찾게 된다.
송원은 자리에 1인 인덕션이 구비되어있어 개인이 원하는 속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음식을 조리해먹을 수 있다.
스키야키 팟에는 고기, 알배추, 숙주, 버섯 등이 쌓여있다. 샤브샤브와 달리 육수는 팟의 아래 쪽에 자작할 정도로만 부어져있다.
육수의 양은 적어도, 기본 육수 맛이 샤브샤브보다 훨씬 진해서 국물은 더 고소하고 맛있다는 것.
그리고 위 쪽에 쌓인 재료를 들어올리면 아래 당면도 보인다. 요 쫄깃한 당면도 참 별미다.
먼저 야채가 익도록 센 불에 푸르르 끓였다. 야채 숨이 죽었을 때 인덕션을 2~3정도로 맞춘 다음, 익은 고기와 배추를 달걀에 푹 담가 먹었다. 역시나 기대했던대로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느껴진다.
얼마 전 판교 백화점에서 스키야키를 먹었는데, 당연하게도 거기보다 여기가 훨씬 더 맛있다. 고소함이 차원이 다르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게 나오는 버섯과 숙주. 확실히 재료가 신선하고 풍성해 야채와 고기만 건져먹어도 배가 불러온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불러도 스키야키를 먹으러 와서 볶음밥을 지나치면 반칙이다. 송원에서 스키야키를 주문하면 밥 1인분도 같이 제공되기에, 함께 나온 밥을 육수 위에 넣고 자작하게 끓였다.
이 때 직원분이 안내해주신대로 남은 달걀물도 함께 넣어 끓였다.
요 밥은 일반 공기밥이 아니다. 김가루와 작은 김치, 깻잎도 포함된 스키야키 볶음밥 전용 밥이다.
그래서인지 육수에 넣고 밥을 끓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성본 샤브샤브 죽 못지않게 맛있는 죽이 완성됐다.
어차피 혼밥이라 뭐라 할 사람도 없어서, 그냥 팟에서 바로 숟가락으로 건져 먹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죽 참 맛있다. 약간 짠데, 스키야키 육수로 만든 죽이니 안 짜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이미 야채를 먹을 때 배가 불렀던 나는 몸의 기운을 부정하며 볶음밥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했다. 자리를 뜰 때는 팟에 남은 게 거의 없었다.
1인분에 23,000원이라는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오랜기간 즐겨 먹었던 단골집이, 변치 않고 그대로인데, 심지어 맛도 그대로고 서비스도 괜찮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3,000원 내고 자주 올테니 이 가게 이대로 쭉 오래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샤브샤브나 스키야키를 혼밥하기도 제격인 곳이니 맛집을 찾는 분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셔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