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 / 아사쿠사 센소지, 아키하바라 빅카메라, 시텐커피
도쿄여행 둘째 날. 전통가옥 카페인 가야바 커피에서 아점을 먹은 뒤,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아사쿠사 센소지로 향했다.
아사쿠사는 지역 명이고, 센소지는 사찰의 이름이다. 아사쿠사 센소지 근처엔 상점과 먹거리가 많아 도쿄 여행객들은 한 번쯤 이 곳을 들른다.
사실 나는 아사쿠사를 여러 번 가봤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신랑은 도쿄가 처음이기 때문에 도쿄여행에서 빠지면 안되는 아사쿠사를 한 번 소개해주고 싶었다.
북적거리는 아사쿠사 앞 거리도 걸어보고, 기념품도 구경하고, 입구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야 어딜 가도 도쿄여행 한 번 해봤다, 하지 않겠나.
가야바 커피 바로 앞 정류장에서 10분 쯤 기다리자 아사쿠사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도쿄에서 버스는 처음 타 봤는데 서울 시내버스와 전체적으로 유사해서 이용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탑승할 땐 스이카 카드를 찍고,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면 하차하는, 아주 일반적인 탑승 시스템.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은 교통 체계가 너무나도 편리하게 잘 되어있어 우리같은 뚜벅이 여행자에게 최적의 여행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부터 달고 온 독감때문에 기침이 너무 심해, 아사쿠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근처 편의점에 들러 복숭아 사탕을 한 봉지 샀고,
사탕을 입에 문 채로 아사쿠사에 도착했다.
아사쿠사 센소지
정류장에서 내려 센소지를 향해 걸어가니 전형적인 센소지 정문이 아닌 측면 입구로 들어가게 됐다. 늘 정문으로만 왔기에 측면에서 바라보는 센소지가 더 특별해보였다.
센소지 정 중앙에서 정문 쪽을 역으로 내려다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평일 낮 시간에도 이 곳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더라. 역시 관광지는 관광지다.
센소지 앞에는 큰 화로같은 것이 있는데, 여기서 연기가 계속 나온다.
나는 불교를 전혀 모르지만 얼핏 연기를 들이마시며 악귀와 병을 씻어낸다(?)는 전통이 있단 얘긴 들은 적이 있다.
연기를 들이마시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은 뒤 100엔짜리 운세 뽑기를 해봤다. 재미로!
나는 좋은 운세가 나왔지만 신랑은 좋지 않은 내용의 글이 나와 이렇게 고리에 걸어두고 왔다.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순전히 재미지 뭐~
빠르게 센소지를 구경한 뒤엔 관광객들에 파묻혀 절 앞쪽에 쭉 늘어서있는 상점 거리를 걸었다.
웬만하면 기념품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자석도 하나에 8000원 꼴이고 쿠키나 먹을거리도 예전보다 훨씬 가격이 올라서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그냥 눈으로만 구경하고 나니 금방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딱히 여행 계획을 세밀하게 짜지 않아 다음 목적지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신랑이 전자기기의 성지나 다름없는 아키하바라 빅카메라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아. 나는 전자기기에 1도 관심이 없다. 그냥 신랑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동네를 탐험해보고 싶었을 뿐.
아키하바라 빅카메라
아키하바라에 도착하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건물 벽면에 애니메이션이 그려져 있고 온갖 전자기기 상점이 거리를 메우는 생소한 풍경.
나에겐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고, 전자기기’만을’ 좋아해 이 곳에 들른 신랑도 무척 놀랐다.
일단 우린 목적지인 빅카메라에 들렀다. 이 곳은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있는 커다란 쇼핑몰이다. 노트북부터 게임기, 키보드, 카메라 등 온갖 전자기기가 다 있는데, 우리는 그 중 신랑이 요즘 꽂혀있는 키보드 칸에 들렀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손.
하지만 정작 금액을 비교했을 때 한국이 더 저렴하고 사고싶은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빈 손으로 쇼핑몰을 나왔다지.
다음엔 키보드의 구성요소인 구리스를 사러 관련 상점을 찾았다.
그런데 이 날은 공교롭게도 상점이 휴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외관만 사진을 찍어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직 구리스를 위해 아키하바라에 온 신랑은 엄청 아쉬워했다.
아키하바라에 왔지만 키보드도 구매하지 못하고 구리스도 구경하지 못한 우리.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긴 못내 아쉬워 커피라도 한 잔 하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 평점이 좋으면서 우리가 있는 장소 근처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는데, 뜻 밖에도 꽤나 괜찮은 카페를 발견했다.
자칫 아무 의미없이 끝날 뻔한 아키하바라 여행에 생명을 불어준 카페는 바로 시텐 커피다.
아키하바라 시텐 커피
카페 내부는 굉장히 좁다. 한 네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으려나.
그런데 좁다고 평가절하할 순 없다. 좁지만 아늑하고 오밀조밀해 분위기가 매우 좋고, 직원도 친절하다. 심지어 주문하고 나면 바로 내려주는 커피도 참 맛있다.
신랑이 번역기를 돌려가며 “산미 없는 커피를 원한다”고 어필했다. 일본에서 산미가 가득한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산미 없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일본 사람들이 산미 있는 커피를 많이 주문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나와 내 지인들이 대부분 산미 없는 커피를 찾는 것을 보면, 언뜻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신랑의 표정과 번역기를 차례로 쳐다보던 직원은 웃으며 다크 로스트 커피를 추천해줬고, 우리가 주문한대로 라떼 한 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줬다.
한 잔에 6000원 정도 하는 꽤 비싼 커피였지만 추운 날 우연히 찾아 들어간 카페 치고 맛도 괜찮고 분위기도 만족스러워 되레 가성비는 좋게 느껴졌다.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사찰과 상점거리도 구경하고, 아키하바라에서 전자기기와 애니메이션 분위기도 만끽하고, 마지막엔 따뜻한 커피로 속을 채운 우리.
아키하바라에서 예쁜 커피숍을 만나 좋은 추억을 하나라도 건진 것에 감사하며, 이제 우리 호텔이 있는 긴자로 돌아간다.
계획 없이 간 여행 치고 둘째날 여행 스케줄이 나름 빡빡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