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벚꽃이 피었다’ – 치하야 아카네

소설 ‘벚꽃이 피었다’ – 치하야 아카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그 사람과 함께 벚꽃을 보고 싶다.”

벚꽃 흩날리는 계절
조금 서투른 남자와 여자의 일곱 가지 사랑 이야기

벚꽃을 모티브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을
선명하게 그려낸 벚꽃 테마 소설

– 교보문고 책 소개 –

 

나는 단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할만큼 짧은 글로 마음을 휘감는 단편을 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단편 소설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됐다.
짧은 단편 하나하나의 흡입력이 매우 높고, 각 단편이 벚꽃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예술적으로 연결되어
여러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완결된 사랑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상처를 입었거나, 상처를 입고 있거나, 상처에 무감각하거나, 상처를 외면하는 사람들이다. 자칫 색깔 없이 흐릿한 인물처럼 보이는 그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의 벚꽃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면서 서서히 변화된다. 외면했던 상처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당당히 직면하기도 하며,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벚꽃은 소설 속에서 줄기, 흰 꽃, 연분홍 꽃, 보라색 꽃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등장인물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예쁜 봄철의 꽃이라고만 알고 있던 벚꽃의 다양한 속성을 들여다보는 재미, 상실과 회복의 여정이 지극히 공감되는 등장인물들, 짧지만 강렬하고 감성적인 문장에 푹 빠져 나는 순식간에 책을 다 읽었다.

 

개인적으로 벚꽃은 사랑과 가장 밀접한 이미지를 가진 꽃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벚꽃의 계절이 시작되는 이 때,
한 편의 사랑 영화같은 단편을 읽으면서 봄기운 한가운데 푹 빠져보는 것도 참 괜찮겠다.

 

  • 「봄, 여우에게 홀리다」
    벚꽃이 번져 더욱더 구름처럼 변해갔다. 이상한 말을 하며 아이처럼 울어버려, 나는 오자키 씨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벚꽃이 점점 더 부예진다. 36p
  • 「하얀 파편」
    지금까지 차가운 흰색이라고만 여겼던 벚꽃을 가스미는 연분홍색이라고 했다. 행복해 보이는 색이라고. 언젠가, 꽃의 색에 마음의 응어리가 녹아 없어지게 될까? 언젠가, 그 여자의 엷은 웃음도 쓸쓸한 웃음이었다고 여기게 될까? 앞으로 몇 번인가 봄을 보내고 나면. 68p
  • 「첫 꽃」
    다들 불안한 것이다. 언니도, 어머니도, 나도. 불안하고 쓸쓸해 혼자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불길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워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니까. 누군가가 괜찮다고 해주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어제의 나로 되돌아갈 수 없다. 흰 벚꽃처럼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슬프지는 않았다.
  • 「엘릭시르」
    “다른 그림이잖아? 어느 쪽이 더 낫냐 하는 문제가 아니고.” 가슴 속에 맺혀 있던 뭔가가 툭 하고 풀리는 기분이었다. 녹아내려 뚝뚝 떨어지다. 다다미에 빨려들어 사라져가는 기분이었다. 바로 그 말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128p
  • 「꽃보라」
    벚꽃은 매해 피는데 언제나 볼 때마다 눈길을 빼앗기고, 지칠 줄 모르고 가슴에 안타까움이 복받친다. 행복한 꿈같은 나날이 다시 활짝 피는 게 아닐까 하고 기대하게 되어버린다. 포기하고, 또 포기해도. 몸과 마음이 아무리 추하게 일그러져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봄바람은 언제나 거칠게 불어댄다. 163p
  • 「등」
    “모든 연구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있는 거야.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나는 매일 이 일을 하고 있어. 자네도 자네가 믿는 걸 따르게.” 그가 자기 몸에 너무 큰 가운을 펄럭이며 걷기 시작한다. 204p
  • 「벚나무의 비밀 색」
    “기누 할머니는 여기서 벚꽃이 피는 걸 본 적이 없을 거야. 벚나무 염색은 꽃잎이 아니라 꽃이 피기 전 생목을 쓰니까. 꽃잎으로는 천에 색깔이 배지 않아. 매화나무도 벚나무도 퇴색되지 않는 색은 줄기 안에 있어. 감춰둔 건, 겅하거든. 살아 있는데도 유령을 만들어버릴 정도로.”
    “그럼……”
    “그래. 사키 씨가 보는 소녀는 이루지 못한 기누 할머니의 마음이야. 피지 못한 벚꽃.”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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