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시내 반나절 산책기

워싱턴DC 시내 반나절 산책기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이유는 관광이 아니었다. 그래서 관광은 딱히 하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 워싱턴DC에 놀러왔을 때 너무 볼거리가 없어서 이번에 그냥 패스한 것도 있다.
DC는 박물관이 유명하지만 나는 딱히 박물관을 둘러보는 데 흥미가 없는걸..

그래도 일정 중 짬을 내 숙소 주변과 주요 볼거리들은 둘러봤다.
반나절동안 볼만한 곳을 쭉 둘러봤으니 관광이라기보단 산책이 맞겠다.

 

유니언 스테이션

시작은 호텔에서 5분 거리인 Union station에서 한다.
유니언 스테이션은 지하철역이면서 기차역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두 교통편의 역이 있는 곳이라 사람이 엄청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한국의 주요 역사에 비해 이 곳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서울 지하철역처럼 북적거리는 느낌이 없었다.

미국에 대중교통보다 차량 이용자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미국 땅이 넓어 역을 아주 크게 지어두었기 때문일까?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분위기가 달랐다.

유니언 스테이션엔 월그린이 있어 생필품을 사기 편리하다. 그리고 푸드코트와 주요 음식점들이 있어 한끼 식사를 하기도 좋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폴레가 입점되어있어서 자주 사먹었다. 그리고 쉐이크쉑버거, 블루보틀, 칙필레, 웬디스, 필리치즈스테이크 가게 등이 있어 이런 음식점들도 종종 이용했다.

아무래도 역 주변이라 노숙자들도 좀 있고 담배 냄새도 많이 난다. 하지만 밤 늦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치안은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경찰차와 시큐리티들이 항상 역을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브리또볼. 치폴레에 갈 때마다 브리또를 먹을지 브리또볼을 먹을지 항상 고민한다.

 

국회의사당, 워싱턴 기념탑

내가 머문 숙소는 워싱턴기념탑보다는 국회의사당과 가깝다. 호텔에서 국회의사당이 보일 정도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10분 쯤 걸어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미국의 주요 의사결정사항들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니 새삼 신기했다.
관광객도 많고 견학 나온 아이들도 많은 이 곳에서 기념 사진을 한 장 찍고, 다음 목적지인 워싱턴 기념탑으로 향했다.

아무도 들어갈 것 같지 않은 미국 식물원을 지나 15분 쯤 더 걸었더니, 저멀리 기념탑이 보였다.
그냥 기념탑을 봤을 땐 조금만 걸으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 겸 지하철이나 우버를 타지 않고 쭉 걸었는데.. 날이 춥고 바람이 굉장히 차서 콧물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어도 걸어도 기념탑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잊고 있었다. 미국 땅은 넓고 광활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꽤 멀다는 것을…

예전에도 라스베가스에서 엄마를 맞이하러 공항에 가던 중, 가까워보인다며 공항 터미널까지 걸어간 적이 있었다.
그 때 한시간 이상 걸어도 공항 터미널에 닿지 않아 정말 기진맥진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선 웬만하면 가깝다고 걸어다니지 말자, 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두 번째 들른 기념탑은 역시나 딱히 볼거리는 없었다. 그냥 내가 DC에 온 것이 실감나는 정도.

 

백악관, 메트로 센터

기념탑을 지나 백악관으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하는 곳이라니.

백악관이 아주 잘 보이는 스팟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시큐리티가 길을 막았다.
여기서 사진을 찍으려면 별도로 무슨 패스를 구매해서 입장하란다.
굳이 그렇게까지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과감히 패스하고 백악관 주변을 산책했다. 이 곳은 다운타운처럼 맛집도 카페도 상점도 많았다. 하지만 시카고, LA 등 다른 도시에 비해 조용하고 쇼핑할 곳도 별로 없었다.

월그린에서 물과 과일 등을 사고 주변을 좀 둘러봤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대낮에도 사람이 많지 않고 거리가 조용하니 약간 불안했다. 활기찬 무언가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호텔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갈 땐 우버 대신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호텔 바로 앞에 Union station 지하철역이 있으니까.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역시나 좀 스산했다. 티켓을 어떻게 살지 몰라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직원이 카드를 직접 구매해줬다.
지하철 기본 카드 비용은 2불. 여기에 Metro center역에서 Union station역까지 이동하는 비용이 2불이란다. 합해서 4불이니, 약 5,200원을 내고 도보로 40분 정도 되는 거리를 지하철로 이동하는 셈.

우버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역시 지하철도 한국에 비해 비싸긴 하다.

지하철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역 안에도 마찬가지. 미국에선 웬만하면 지하철을 타지 말라던 신랑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 워싱턴DC 지하철에서 총기사건도 났다고 하는데..
어느 도시나 지하철역 총기사건은 한 번씩 뉴스에 나오니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한국에 비해 미국 지하철이 좋은 점은 거의 없는데, 딱 한가지. 워싱턴 DC 지하철은 배차 간격이 짧아 차가 금방금방 왔다. 그리고 역에서 역을 이동하는 것도 1~2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좋았다.

이렇게 반나절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스미소니언 박물관같은 곳을 둘러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나야 뭐, 이정도 산책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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