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워크인 후기 에르백31 에크루 베쥬 언박싱

에르메스 워크인 후기 에르백31 에크루 베쥬 언박싱

 

에르백 구입 계기

에르메스 가방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나에겐 위시가 두 개 더 남아있었다.
그거슨 마로 에르백과 가든파티.

에르백은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갖고 다니고 싶었다. 나는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즐겨 입는데, 이 코디에 딱 어울리는 게 바로 에르백일 듯 했다.
사이즈는 무조건 31. 타협 없음.
색상은 밝은 색이었으면 했고, 그 중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에크루가 예뻐보였다. 에크루 패턴이면 베이지든 검정이든 다 괜찮을 것 같았다.

가든파티는 그냥.. 가죽이 너무 예뻐보이고 수납도 괜찮을 것 같아서 위시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즈는 30을 원하지만 36도 오케이.
색상은 뉴트럴을 원했다. 에토프 아니면 베통, 아니면 나의 정말정말 최종 위시인 비스킷이나 차이.
나는 골드보다 요렇게 베이지나 그레이 몇 방울 섞인 톤이 더 좋더라.

에르백은 대략 400만원 대, 가든파티는 가죽 기준 600만원 정도.
이 정도면 에르메스 엔트리로 봐도 될 만큼 가격이 괜찮잖아?
기존에는 에르백과 피코탄 모두 완전 위시는 아닌 색상을 구매했지만,
이젠 돈도 아깝고 하니 정말 딱 위시인 사이즈, 색상만 사기로 했다.

 

공홈 공략 후기

나는 원래 기존에 에르메스 백을 겟한 경로인 공홈을 일상처럼 공략했다.
사실 자신이 있었다. 예전에도 몇 번 트라이하면 바로 공홈에서 가방을 샀기 때문에.
솔직히 사람들이 공홈 욕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이렇게 쉬운 걸 왜 사람들은 어렵다고 하지..? 핑계 아닌가?

그러나 초심자의 운이 다했는지, 에르백과 가든파티는 영 손에 닿질 않았다.
가방이 쭉 업데이트가 되어서 구매를 클릭하면 분명 제일 빠른 속도로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장바구니에 담기지도 않았을 때 품절이 떴다.
이제서야 나의 거만함을 후회하기 시작함.

공홈이 먹히지 않는 걸 알게 된 나는 워크인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워크인 공략 후기

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집중 공략 장소로 삼았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시크먼트 카페에 가면 어느 매장에 물건이 많고 어느 매장에 셀러가 좋은지 다들 정보를 많이 공유하시지만,
나는 어차피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주의여서(사실 그렇게 지점 정해서 셀러 지정받고 실적 쌓고 많이 살 돈도 없다)
가까운 곳을 골랐다.

그닥 아쉬운 건 없는 상황이라
패드맨에게 입장 가능한지 물어보고 입장 불가하다고 하면 과감히 패스했다.

어떤 날은 패드맨에게 문의하니 패드맨이 내가 쥐고 있는 공차 음료와 내 옷차림을 슥 스캔하면서 “허허 음료 반입은 안돼요” 이래서
“당연히 이건 안가지고 들어갈거예요. ^^”라며 기분 나빠서 돌아선 적도 있다.
내가 왜 패드맨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면서까지 들어가려고 애써야 하나?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
나는 돈을 받는 사람이 아니고 돈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 꼭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ㅎㅎ

몇 번 백화점에 가보니 슬슬 패턴이 보였다.

오전부터 오후 1시정도까지는, 오전에 대기번호받은 사람들을 들여보내주는 시간이라 “대기 마감” 팻말이 걸려있고 대기번호 없는 사람은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 후에는 상황에 따라 사람들을 입장시키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오후 3~4시부터는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단, 셀러 응대는 케이스바이케이스다.
이 패턴을 익히고 나서 나는 총 세 번 매장에 들어가 워크인을 시도했다.

  • 맨 처음엔 트윌리를 사러 갔다. 이 날 넌지시 셀러에게 가방도 있는지 물어봤는데, 셀러가 나에게 뭘 찾냐고 묻지도 않고 없다고 했다. 
    어리고 불친절한 셀러여서 어차피 내가 트윌리 이외에 많은 것들을 구입하며 물어본대도 창고에서 가방을 꺼내줄 능력은 없을 것 같았다. 패스.
  • 두 번째엔 그냥 구경하러 들어갔다. 셀러가 아무도 응대해주지 않아서 아주 편하게 구경하고 바로 나왔다. 

 

세 번째 워크인은 엄마랑 했다.
사실 다른 매장에 볼 일이 많아서 이 곳 저 곳 들르다가, 엄마가 매장에 들어가보신 적이 없다고 하셔서 구경할 겸 매장 입구에 갔는데, 패드맨이 우리 앞에 있는 한 여자분을 입장시키고 있었다.
내가 “지금 입장 가능한가요?”하니까 패드맨이 “네, 들어가셔도 됩니다.”라며 안내해주었다.
나는 엄마에게 “여긴 셀러가 바로 응대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이것저것 구경할 수 있어서 편해”라고 말하며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셀러가 나를 따라오며 “도움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너무 부담스러운 나머지(이 때만 해도 가방이 있을리 만무하니 기대가 없었음) “아뇨, 그냥 우리끼리 둘러볼게요.”라고 했다.
셀러가 자연스럽게 붙는 상황은 처음이라 뭔가 불편하고 어색했다.
엄마와 함께 가방장으로 갔는데.. 마지막 칸에 초록색 피코탄, 미니 골금 집시에르, 그리고 내가 찾던 에르백31이 딱 있었다.
그것도 에크루 베쥬로!

에크루 베쥬는 인기도 별로 없고 실물을 보기 힘든 아이템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게 눈 앞에 있다니!

아.. 갑자기 머릿 속이 복잡해지면서 엄청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걸 사, 말아?

그러던 찰나 나보다 먼저 입장한 분이 에르백을 들어보기 시작하셨고..
아까 그 셀러가 다가와 나에게 “저 분이 안 사시면 제가 바로 안내해드릴게요.”라고 하셨고..
그 분이 에르백을 내려놓자마자 그 에르백이 나에게 왔다.

엄마가 “또 사?”라며 눈으로 압박을 주셨지만 나는 실물 깡패인 에르백을 데려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베이비가 나에게 왔다.
가방 가격은 422만원이다. 캔버스 치고 매우 비싸지만 명품은 지금이 제일 싸니까 그냥 자주 들어주며 감가상각할 계획이다. ㅎㅎ

 

에르백 에크루 베쥬 언박싱 

박스가 꽤 크고 무거워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남은 쇼핑을 하기 좀 힘들었다. 그래도 세상 뿌듯!
오픈할 때마다 설레는 오렌지 박스. 🙂

박스를 열면 고급스러운 더스트백이 나온다. 이 더스트백도 볼 때마다 설렌다. 훗. 받아본 사람은 다 알지.

더스트백에 담긴 예쁜 에르백!
사진빨이 좀 안 받는데, 실제 색상은 더 밝고 환하다.

캔버스 소재라 가방 아래 쪽엔 징이 없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가뜩이나 캔버스라 뭐라도 묻어 이염될까봐 조심스러운데 바닥에 징까지 없다니..
정말 모시고 다녀야 하나. 관리엔 1도 소질 없어서 벌써부터 좀 걱정된다.

앞부분엔 금장 버클이 있다. 이 버클 안 쪽에 양 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가죽 띠를 쓱 넣으면 가방이 잠긴다.
에르백의 최고 단점이 가방을 열고 닫을 때의 불편함이라고들 한다. 뭐 가방이 불편하면 얼마나 불편하겠어, 했는데, 직접 열고 닫아보니 힘들긴 하더라.
나도 그냥 다른 분들처럼 열고 다녀야겠다.

가방 뒷 부분엔 다행히도 지퍼가 달린 작은 주머니가 하나 있다.
가방 자체를 열고닫기 어려우니 그냥 이 수납 공간을 활용해서 작은 물건을 넣을까 싶기도 하다.

가방 옆 면. 여기에도 예쁜 로고 버클이 보인다.

가방 안 쪽에는 가방 모양을 유지시켜주는 충전재와 에르메스의 상징인 키가 있다. 요 자물쇠는 가방 뒤 쪽에 걸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셀러가 귀띔해주어서 나도 뒷 부분에 걸기로 했다.
아주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파우치도 하나 들어있다. 이건 내 성격 상 자주 사용하진 않을 것 같다. 잃어버리지나 않으면 다행.

인터넷에 에르백31 누아(블랙), 베통 후기는 많아도 에크루 베쥬 후기는 별로 없더라. 나도 실물은 이번에 매장에서 구입할 때 처음 봤다.
그래서 내가 실물에 가까운 사진을 한 번 올려봄!

다른 사진보다도 바로 위에 올린 이 사진이 실물에 가장 가깝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베이지와 브라운 중간 색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금장 버클, 찐베이지 가죽 색상과 참 잘 어울린다.
격자 무늬의 패턴이 매직아이같아서 마음에 안 든다는 분도 계시던데, 내 눈엔 매직아이같아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흔한 원톤 에르백보다 이게 더 고급져보인다.
이건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정말 300% 취향 차이인 듯.

숄더 끈의 길이가 약간 애매해서 크로스로 매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숄더에 걸치거나 토트로 드는 게 무난할 듯.

 


며칠 갖고 다녀보니 불편한 건 사실이고(캔버스라 오염, 이염 우려 있음, 열고닫기가 어려움)
예쁜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통장이 텅장되는 시점이라 그냥 품지 말까도 생각했으나, 언박싱 다시 해보고 신랑과 그냥 품기로 결정했다.
나의 평소 착장과 참 잘 어울리는 에크루 베쥬. 앞으로 자주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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