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 / 인생 장어덮밥, 긴자 스미야키 우나후지 유라쿠초점
도쿄여행 셋째 날엔 내가 많이 아팠다. 하루종일 피를 토하듯 기침을 했다. 코로나는 아닌데 미국에서 지독한 독감에 옮아온 것 같다. 열이나 근육통은 없지만 기침이 너무 심했다.
대낮에도 호텔에 누워 기침만 주구장창하고있자니 문득 신랑에게 미안해졌다. 혼자라도 나가서 놀고 와, 나는 호텔에서 쉬고 있을게. 라고 했더니 신랑이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하지 않겠냐며, 숙소에만 있으면 오히려 기운이 나지 않을 거라고 함께 근처에 나가 밥을 먹고 오자고 했다.
그래서 급히 검색한 곳이 바로 호텔 근처에 있는 장어덮밥 집이다. 이 곳 역시 즉흥적으로 구글맵에서 평점 높은 곳을 찾아간 것인데, 결론적으로 매우매우 만족했다.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을 정도로.
스미야키 우나후지 유라쿠초점
항상 대기가 있는 기찻길 밑 우나기동 맛집
스미야키 우나후지의 위치는 기차길 아래 굴다리. 이 기차길 아래에 스미야키 우나후지뿐 아니라 여러 맛집들이 모여있는 듯 하다.
이 곳은 항상 대기가 있어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단다. 하지만 우리처럼 즉흥적으로 여행하는 부부에게 예약 따윈 없다. 우리는 대기줄이 길지 않기를 바라며 예약 없이 가게를 찾아갔다.
음식점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10명이 채 안됐다.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에 앉아 한 팀씩 입장할 때마다 앞 쪽 의자로 옮기며 우리 순서가 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대기가 금방금방 빠져 우리는 기다린 지 10분정도 지났을 때 가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이 한국어가 적힌 메뉴판을 줬다.
기본 장어덮밥은 5,100엔부터
장어덮밥은 기본적으로 금액대가 높다. 가장 저렴한 일반 장어덮밥이 5,100엔이고, 상, 특선 등 상위 레벨로 갈수록 금액이 더 높아진다.
한 그릇에 5만원을 내긴 쉽지 않지만 장어가 워낙 비싼 음식이니까 일단 맘 편하게 갖고 주문해보기로 한다. 뭐, 생각해보면 일본 다른 곳에서 먹은 장어덮밥도 대부분 이 정도 가격이었었다.
나와 신랑은 상 장어덮밥을 주문했다. 장어가 워낙 느끼한 맛을 많이 내는 재료라, 밥에 장어가 과하게 많이 들어있을 듯한 특선 장어덮밥은 주문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먼저 오이무침과 따뜻한 티가 나왔다.
이 오이무침은 정말 간단하게 오이를 기름장에 비빈 반찬같았는데, 담백하니 맛이 좋았다. 내가 워낙 감기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따뜻한 티도 참 맛있게 느껴졌다.
상 장어덮밥 식사 후기
얼마 지나지 않아 장어덮밥이 서빙됐다. 미소된장국, 그리고 덮밥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와사비도 함께 제공됐다.
밥 위에 올라간 장어는 빛깔이 엄청 고왔다. 장어만 따로 먹어보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게, 일반 장어의 식감과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간은 또 얼마나 적당한지! 너무 짜지도, 너무 느끼하지도 않고 아주 적당한 수준으로 간이 되어있었다.
장어덮밥 밑에 깔린 밥도 윤기가 촤르르 돌고 엄청 부드러웠다. 장어랑 이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랑 같이 먹으면 입안이 순식간에 행복해졌다. 일본에서 여러 번 장어덮밥을 맛봤지만 이번이 찐이다. 정말 맛있다!
왜이렇게 진한 장어 맛이 계속 나지? 라고 생각했는데, 내부를 보니 장어살이 층층이 쌓여있었다.
밥과 밥 사이에도 장어 몇 점이 두둑하게 깔려있는 걸 보니 내가 일본에서 우나기동을 먹고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더라.
일본의 우나기동 맛집에 가면, 장어를 정말 질릴 정도로 풍성하게, 후하게 넣어 덮밥을 만들어준다.
이번에 방문한 스미야키 우나후지도 그런 장어 덮밥 맛집 중 하나였다.
장어덮밥을 다 먹고 우리는 1만엔 정도를 지불했다.
둘이 점심 한 끼를 먹는데 1만엔을 썼다는 건 꽤 큰 돈을 지불했단 뜻이다. 현재 엔저인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88,000원 정도를 낸 셈이니까. 하지만 가격을 상쇄할 정도로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해서 음식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덮밥 속에 장어가 정말 너무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나는 장어 몇 점을 남겼다. 이렇게 장어가 많이 들어간 덮밥은 이 곳에서 처음 먹어봤다.
내 인생 가장 맛있었던 스미야키 우나후지 장어덮밥. 역시 구글평점 4.4점은 다르다.
다음엔 부모님들을 모시고 와서 한 번 더 방문해야겠다.
그 땐 특선 장어덮밥을 먹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