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딥디쉬 피자 지오다노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피자를 고르라면, 바로 뉴욕 피자, 그리고 시카고 피자일 것이다.
뉴욕 피자는 얇고 크고 저렴하다. 가끔 길거리에서 99c로 팔기도 할 정도로 대중적이기도 하고.
반면 시카고 피자는 안에 치즈 토핑이 엄청나게 들어있어 많이 두껍다.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데다, 치즈의 느끼함때문에 맛도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에 왔으면 시카고 피자는 한 번 먹어봐야 한다. 이 도시의 상징적인 음식이니까!
시카고 3대 딥디쉬 피자는?
시카고에는 딥디쉬 피자를 파는 3대 맛집이 있다. 지오다노스, 우노, 누말나티스.
세 곳 모두 유명하고 곳곳에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세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피자 맛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잘 안 먹는단다.)
우리는 꼭 어느 곳을 가고 싶다는 선호도는 없었다. 막연하게 시카고에 있는 동안 피자 한 번은 먹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을 뿐.
그런데 시카고 리버 투어를 하고 선착장에서 내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도보 5분 거리에 지오다노스가 있는 듯 했다.
마침 밤공기도 선선하고 걷기 딱 좋아서, 시카고 리버 근처에 있는 지오다노스 매장으로 향했다.
지오다노스 방문기
저녁 8시 경 매장에 도착했다. 시카고에 있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빨리 열고 빨리 닫는데, 이 곳은 늦게까지 운영하고 있고 사람도 많았다.
우리는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웨이팅 없이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픽업을 해갈 손님들인 듯 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집답게 실내는 넓은 편이다. 테이블 간 간격도 꽤 넓어 좋았지만,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서비스는 영 별로이고 테이블과 의자도 더럽혀져 있었다.
미국이라 서버를 불러 바로 테이블 좀 닦아달라고 할 수가 없다. 직원이랑 눈 마주치기를 기다려야 함! 이럴 땐 벨 누르는 한국 서비스가 그립다.
우리는 배가 엄청 고픈 상태여서 먹고 싶은 메뉴를 다양하게 골랐다. 시카고 딥디시 피자 하나, 지오다노스 샘플러 하나, 샐러드 하나, 음료 하나.
가장 먹고 싶은 건 피자 하나였지만 이 것으론 부족할 것 같아 여러가지를 주문했는데 결론적으론 잘 한 선택 같다.
샘플러를 주문했더니 치킨 몇 조각과 피자 바게뜨같은 음식이 나왔다. 피자를 좋아하는 신랑이 가장 신나서 먹은 메뉴. 치킨은 좀 짰지만, 전반적으로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함께 주문한 시저샐러드도 역시 짰는데, 다행히 입맛에는 잘 맞았다. 이렇게 미국의 짠 맛에 길들여지나 싶다.
시카고 피자는 조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피자를 향한 기대가 커서 30분이 굉장히 느리게 느껴졌다.
드디어 시카고 피자 등장! 역시나 피자 두께가 어마무시하다. 저 두꺼운 빵 안에 치즈가 잔뜩 들어있으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지.
직원이 직접 피자 한 조각을 접시에 올려주었다.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게 보일 정도로 많지만, 보통은 피자 위에 올리는 아삭한 토핑들이 피자 안 쪽에 있기 때문에 맛은 의외로 느끼하지 않다.
시카고 피자를 처음 먹는 사람들은 흔히 실망을 한다고들 한다. 조리 시간이 길어 기다리다 지치고, 치즈 맛만 나서 느끼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만족감이 컸다. 레스토랑 웨이팅을 딱히 하지 않아서일까. 원래부터 미국식 피자를 좋아해서일까.
피자 안에 들어있는 피망, 고기같은 토핑들도 치즈와 맛이 잘 어우러지고, 여러가지 식감도 느껴져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우리에겐 여전히 99센트짜리 얇은 뉴욕 피자가 1순위지만, 시카고 피자도 뉴욕 피자 다음으로 맛있는 듯.
배불리 먹고 팁까지 얹어 80불 정도를 지불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피자가 많이 남아 포장해올 수 있었으니 가격 대비 양은 괜찮은 것 같다.
남은 피자를 들고 천천히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지오다노스 피자를 들고 다니더라. 동지애도 느껴지고 여러 모로 재밌었다.
피자는 호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남은 기간동안 배고플 때마다 꺼내먹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두 피자집도 방문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아쉽다.
출장을 같이 간 분들 후기로는 루말니타스, 우노같은 다른 피자집도 맛이 괜찮다고 한다. 세 곳 중 어딜 가도 평타는 칠 듯!
시카고에서 상징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시카고 피자가 답이다.
식사시간에 맞춰 가면 웨이팅이 너무 길 수 있으니 붐비지 않는 시간에 방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