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전망 스팟, 존핸콕타워 95층 시그니쳐룸 솔직 방문기
지금까지 방문한 수많은 도시 중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뉴욕, 그리고 시카고다. 대학생 때 시카고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고는 완전 반해서 넋을 잃고 한동안 멍때렸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컬쳐쇼크가 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오랜만에 시카고의 낮과 밤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그 때 그 감성을 느껴보기로 했다.
시카고 야경을 보려면 존핸콕타워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마침 내가 방문한 여름엔 존핸콕타워 95층 시그니쳐룸이라는 곳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해피아워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북적이는 전망대보다는 술 한 잔과 함께 야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음식점이 훨씬 더 낫다. 어차피 음식점에서도 전망이 잘 보이니, 전망대 갈 돈으로 칵테일 한 잔 사는 게 더 이득이고. 그래서 우리는 해피아워 시간에 맞춰 시그니쳐룸을 찾았다.
시그니쳐룸
존핸콕타워 95층
평일 오후엔 예약 없이도 착석 OK
우리는 수요일 오후에 시그니쳐룸을 찾았다. 다운타운 쪽에서 걸어갔는데, 도시 어디에서나 높은 존핸콕타워가 잘 눈에 보여 찾아가기도 참 쉬웠다.
지하 1층에는 치즈케익팩토리, 카페 등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있다. 나는 워낙 치즈케익팩토리를 좋아하지만, 이 곳 서버들이 매우 불친절하고 인종차별을 한다는 평이 자자해 이번엔 패스하고 바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까지는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95층 라운지 입장.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인데다 해피 아워 시간에 방문해 어느 정도 웨이팅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방문하자마자 좌석으로 안내 받았다.
그것도 시티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창가 쪽 자리. 좌석 운은 매우 좋았다!
우리를 안내해 준 서버는 참 친절했다. 그런데 정작 자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좌석 담당 서버는 매우 불친절했다.
이탈리아 분이신 것 같은데 기본적인 영어 소통이 잘 안 되고 표정도 태도도 정말 별로였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운영하는 해피아워 내용을 아예 몰랐다.
우리가 친절히 설명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브로셔를 보여주자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더니 “아, 네. 주문하시죠.”라고 했다.
솔직히 이런 사람들한테는 정말 팁 1불도 아깝다. 얼굴에 철판 깔고 노팁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후하게 챙겨주는 신랑)
우리는 술을 한 잔씩 골랐다. 해피 아워 전용 메뉴로는 새우, 굴 등이 있는데, 개당 2불씩 판매한다. 우리는 약간 배가 고픈 상태여서 갯수를 넉넉하게 주문했다.
야경도 낮풍경도 아름다운 전망
해피아워 시간에 맞춰 방문한답시고 오후 4-5시 쯤 도착했더니 시티는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다. 시카고는 여름에 저녁 8시는 되어야 해가 진다. 그래서 야경을 감상하려면 오후 7-8시부터 움직이는 게 좋다. 아쉽지만 해가 지는 시간까지 이 곳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이번엔 야경 대신 낮 풍경 감상에 만족하기로 했다. 뭐, 약간 흐린 오후의 시카고도 야경 못지 않게 멋지다.
신선한 안주는 어디에
우리가 주문한 술과 음식이 도착했다. 술은 아주 가벼운 샴페인인데 의외로 굉장히 맛있었다. 한 잔 당 8~9불이었으니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달지 않으면서 적당히 쏴한 그 맛에 아주 만족함!
문제는 안주다. 안주로 나온 새우와 굴이 어느정도였냐면.. 솔직히 폐급 같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 굴이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변색되어 있었고 맛도 이상했다.
물론 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신선한 굴에서 나는 바다향같은 게 전혀 나지 않았고 매우 비렸다.
우리가 미국에서 굴은 좀 먹어봤기 때문에, 먹어보면 대충 퀄리티를 안다. 이 굴은 꽤나 오래되고 보관도 잘 되지 않은 굴이다. 개당 2불이라는 가격도 너무 아깝다. 어떻게 이런 굴을 내오지.
새우는 뭐, 굴만큼 신선도가 떨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나 맛은 없었다. 이 안주들을 먹는 순간, 술맛이 와장창 깨지면서, 전망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나마 이렇게 귀여운 핫소스를 같이 줘서 전망 10분 더 보고 내려왔다, 정말.
우리 옆에 혼자 앉아 해피아워를 즐기던 외국인도 안주를 먹어보더니 으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맛없는 음식에 대한 반응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여기서 술 두 잔, 안주 몇 개를 합해 총 30불 정도를 지불했는데, 차라리 인종차별한다는 치즈케익팩토리에서 제대로 식사하고 전망대에서 전망을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으로 화난 건 오랜만이었다.
술과 음식을 음미하며 전망을 구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 시그니쳐룸. 인기가 좋은 만큼 평일 낮에도 사람은 꽤 많았고 서버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안주가 너무 별로라 만족했던 술맛을 다 깎아내렸다. 불친절한 서비스는 덤.
다음에 또 방문한다면, 그 땐 식사는 괜찮은 데서 따로 하고 전망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퀄리티가 안 좋다 보니 그 때까지 영업은 하려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