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카쥬아루 따뜻한 일본라멘 한 그릇
양재시민의숲역 근처에 새로 생긴 일본라멘 집 카쥬아루. 늘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드디어 방문해봤다. 우리 부부는 워낙 일본라멘을 좋아해서 카쥬아루에 갈 때도 기대가 컸다.
카쥬아루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은 작은 라멘집
카쥬아루는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라멘집이다. 외부 인테리어도 내부 분위기도 잔잔해,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연상시킨다.
동네 주민들이 오며가며 들르고, 라멘 한 그릇을 먹으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법한 고런 느낌의 식당.
가게로 들어서면 한가운데 있는 라멘 조리 주방이 보인다. 그 주방을 중심으로 바 형태의 테이블이 니은 자로 세팅되어있어, 손님들은 조리 주방을 바라보면서 라멘을 먹을 수 있다. 가게 공간이 협소해 같이 온 사람들과 마주보고 식사하긴 어렵지만 바테이블 라멘집이 주는 특별한 감성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가게는 굉장히 깨끗했고 공간구성을 잘 해두어서인지 공간이 좁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사장님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신 게 느껴졌다.
카쥬아루에선 일본 라멘을 판다. 돈코츠라멘, 쇼유라멘 등이 주력 메뉴다. 라멘을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달걀이 나오나, 원할 경우 추가 금액을 내고 달걀이나 고명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나는 가장 기본인 돈코츠라멘을 주문했다. 깊은 육수가 내는 그 느끼하면서도 짜고 단 맛을 오랜만에 즐기고 싶었다. 두 달 전 다녀온 도쿄 이치란라멘의 돈코츠와 맛을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라멘에 넣어 먹을 달걀도 하나 추가했다. 라멘을 주문할 때 달걀을 추가하지 않으면 마치 앙꼬없는 찐빵처럼 허전하게 느껴진다.
돈코츠라멘 후기
주문을 하자마자 사장님이 물을 건네주셨다. 일반 물은 아니고, ‘차’다. 역시 사장님 뭘 좀 아시네.
개인적으로 라멘과 맹물의 조합은 좋아하지 않는다. 라멘과 물을 먹으면 짜고 단 라멘의 국물 맛이 맹물에 섞여 물맛 자체가 텁텁해지니까. 일본 라멘을 먹을 땐 물보다 이렇게 라멘 맛을 어느정도 잡아줄 차를 마시는 편이 훨씬 낫다.
차는 향이 진하지 않고 적당해 입맛을 돋우기 좋았다.
라멘을 먹을 때 탄산 혹은 맥주를 꼭 주문하는 신랑은 이번에도 닥터페퍼를 주문했다.
생맥주 한 잔을 마시면 딱 좋겠지만 낮이니까 그 생각은 고이 접어두는 것으로.
사장님이 닥터페퍼와 얼음컵 두 개를 함께 주셔서, 신랑 뿐 아니라 나도 시원한 닥터페퍼를 즐길 수 있었다.
주문을 하자마자 사장님이 조리대에서 열심히 육수를 우려내시더니, 한 5분 쯤 지났을 때 테이블 앞에 라멘그릇을 놓아주셨다. 라멘 안엔 쪽파와 돼지고기, 김 몇 조각, 그리고 달걀이 들어있다. 추가 주문한 달걀까지. 일단 라멘의 구성은 완벽하다.
라멘 국물을 먼저 먹어봤다. 돼지 육수 특유의 느끼하고 깊은 맛이 제대로 몸을 풀어준다. 이 날은 날씨가 약간 쌀쌀했는데, 라멘 국물을 들이켜자마자 몸이 전체적으로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라멘 면은 얇은 편.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서 후루룩 먹기 참 좋았다.
국물을 먹다보니 짜고 느끼한 맛이 너무 강하게 와 닿았다. 뭔가 중요한 요소 2%가 빠져있는 듯 한데..그 재료가 뭐지.
남편이 아무래도 마늘인 것 같다며 사장님께 혹시 마늘을 넣어먹을 수 있냐고 여쭤봤다.
사장님은 원래 메뉴엔 없지만 마침 매장에 마늘이 있으니 갈아주시겠다고 했다.
잘게 갈린 생마늘 반스푼을 라멘 국물에 넣어 섞자마자, 방금 전까지 입가를 맴돌고 있었던 그 느끼함이 싸악 잡히면서 국물이 훨씬 더 맛있어졌다.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먹은 라멘과 맛이 달랐던 가장 큰 원인이 마늘인 듯 하다.
일본 이치란라멘은 마늘을 넣는 게 기본 값이다. 원한다면 ‘적게’, ‘많이’ 등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카쥬아루에선 애초에 메뉴를 고를 때 마늘을 선택하는 옵션이 없었다. 물론 라멘에도 마늘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맛에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에 생마늘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본라멘을 먹을 땐 마늘파가 된다.
이번에도 마늘을 넣은 뒤 라멘을 훨씬 더 맛있게 먹었다.
든든하고 따뜻한 라멘으로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낸 금액은 25,000원 정도.
음료와 달걀 추가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마늘을 넣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제외하고, 매장 분위기와 라멘 맛은 나쁘지 않았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가게도 깨끗했다. 그리고 혼밥하기 더없이 좋은 바테이블 구성도 좋았다.
전반적으로 만족한 카쥬아루.
언젠가 이 가게를 지나칠 일이 있다면, 한 번 쯤은 더 방문해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