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보단 맛, 양재시민의숲 고기집 아랑솥뚜껑
양재시민의숲역 근처에는 맛있는 고기집이 많다. 나는 이 동네에 갈 일이 많아서 웬만한 고기집은 다 방문해봤는데, 유독 아랑솥뚜껑만 방문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각을 잡고 방문했다. 매번 간판만 보고 지나쳤던 고기집 <아랑솥뚜껑>을.
아랑솥뚜껑
11:30~22:00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아랑솥뚜껑은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역 근방이라기보단, 코트라, 현대자동차 등 회사 근처라고 보는 게 맞다.
건물 1층에 간판이 크게 써있어 위치를 헷갈릴 가능성은 적다.
우리는 평일 저녁에 가게를 방문했다. 오후 6시라 아직 붐비는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가게 안에 사람이 꽤 많았다.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맛있는 고기
자리에 앉으려고 했더니 직원이 “주문은 15분 뒤에 받겠다”고 했다. 이 곳은 직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기 때문에 이미 앉아있는 손님들 고기를 다 굽고 주문을 받으려면 15분은 소요된단다.
우리는 이 날 시간이 많지 않아 그냥 가게를 나올까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맛을 보고 싶어서, 그리고 우리 이후에 오는 사람들은 아예 자리에 앉지도 못하게 하길래
그냥 15분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 시간대부터 이미 사람이 많다니. 정말 맛집이긴 한가보다.
주문은 늦게 받더라도 찬은 깔린다. 아예 주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이블에 반찬이 깔렸다. 고기와 함께 구워먹으면 좋을 버섯, 콩나물, 김치.
배가 고파서 그런지 밑반찬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우리는 통삼겹살 1인분과 통항정살 1인분, 그리고 술을 주문했다.
갈매기살도 같이 주문해 먹고 싶었지만, 이 곳에서 파는 갈매기살은 양념이라 다른 고기와 함께 굽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 포기했다.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커다란 솥뚜껑. 이 솥뚜껑이 아랑솥뚜껑만의 트레이드마크인가보다.
사실 이렇게 솥뚜껑에 구워먹는 고기집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엔 가게 이름에만 솥뚜껑을 붙여놓고 작거나 변형한 솥뚜껑을 갖다 놓는 곳도 많다. 그래서 이 솥뚜껑을 보자마자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고기를 빨리 맛보고 싶어졌다.
맛있게 구워지는 고기와 야채들. 사진 상 위 쪽은 통삼겹이고, 아래 쪽은 항정살이다. 역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를 주문하길 잘했다.
아무래도 솥뚜껑에 고기를 굽다보니 기름이 어마무시하게 튀긴다. 핸드폰은 잠시 가방 안에 두시길. 가방이나 소지품도 솥뚜껑에서 먼 곳에 두시길. 물컵과 팔, 핸드폰 액정에 전부 기름이 튀어 닦아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상추에 각종 야채와 고기, 양념을 얹어 먹으니 이만한 소주 안주가 없다.
확실히 솥뚜껑에서 구워 고소한 맛이 더 깊어진 건가.
이 맛 즐기러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지. 15분을 기다려 주문하고 먹은 보람이 있다.
고기만 먹긴 아쉬워 주문한 추가 메뉴들.
치즈 계란찜은 고소함의 끝판왕이다. 위에 올라간 치즈가 은근 풍성해 너무 맛있다.
물냉면은 양이 적었지만 역시 맛이 무척 개운했고, 나중에 주문한 볶음밥도 역시나 최고였다.
고기 2인분에 술 한 병, 계란찜, 냉면, 볶음밥까지 말끔히 먹어치우고 낸 금액은 5만 5천원 수준. 생각보다 저렴하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먹으러 왔다. 예약 손님도 많고, 자리가 없어 돌아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확실히 소문난 곳이긴 한가보다.
아랑 솥뚜껑은 기대 이상으로 고기 맛이 좋았던 곳. 솥뚜껑에 구워먹는 고기와 김치는 환상의 조합이다. 게다가 고기가 기름에 자글자글 끓어올라서 고소한 맛도 배가된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직원들이 그닥 친절하지는 않았다. 요즘같은 시대에 마냥 친절함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런 분위기의 식당은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싫어한다.
그런데 문의하는 사람이나, 메뉴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는 모습, 주문을 해도 제대로 듣지도 않는 모습은 별로였다.
아무리 사람이 많고 손이 부족해도.. 이런 분위기면 음식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말 고기 맛만 평가해보면, 오겹살을 좋아해서 그런지 양재시민의숲 역 근처에 있는 흑다돈이 더 맛있었다.
그래도 치즈계란찜같은 신선한 추가메뉴는 분명 장점이었다.
재방문은 글쎄. 비오는 날 술 생각나면 가끔 들를 듯!
good
- 고소한 고기 맛, 다양한 추가 메뉴들
soso
- 조금은 아쉬운 친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