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미국 입국기, 샌프란시스코 입국심사 세컨더리룸 + 환승편 비행기 놓침

험난한 미국 입국기, 샌프란시스코 입국심사 세컨더리룸 + 환승편 비행기 놓침

 

샌프란시스코 입국심사 세컨더리룸 후기

나는 지금까지 미국에 입국할 때마다 항상 프리패스였다.
당연하다. 나는 미국 입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미국 입국심사의 어려움을 맛봤다. 악명 높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나의 최종 목적지는 워싱턴DC이지만, 나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해 스타얼라이언스 제휴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경유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샌프란시스코는 입국심사가 굉장히 빡센 곳이었고,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다른 도시에 가는 사람은 이 엄격한 입국심사를 통과해야만 했다.
물론 나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유나이티드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예전에도 국내선을 타고 자주 왔다갔다했던 곳이지만 국제선으로 이 곳에 도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입국심사 줄을 서고 20분 쯤 대기한 후 드디어 심사관을 만났다. 내가 만난 심사관은 외모부터 굉장히 까탈스러워보였다.

 

미국에 얼마나 머무니?
2주 쯤.

미국엔 왜 왔니?
출장 겸 공부하려고.

너 XXX 대학교 다니니?
아, 졸업했어. 

응? 너 XXX 대학교 졸업했어?
응. 그건 졸업했어. 이번엔 다른 건으로 미국 방문한거야. XXX 대학교랑은 상관없어.
그래서 ESTA방문비자로 들어오게 된거야.

 

이 때부터 심사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작년에 F1 학생비자를 받고 미국에 방문했었고 이번엔 ESTA 방문비자를 끊어 왔는데
심사관은 여권에 붙어있는 작년 F1 학생비자를 보고 내가 이번에 F1 비자로 방문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말이 안되는데. 너 XXX 대학원 졸업한 거 맞아?
응. 대학원은 작년에 졸업했다니까. 이번에는 다른 용건으로 온거야. 출장 차.

출장?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가져와 봐.
그건 캐리어에 있는데.. 짐을 찾아야 보여줄 수 있어. 잠깐만. 앱으로 좀 찾아볼게.

너 지금 뭐하는거야? 넌 심사 중이야.
지금 문서를 웹으로 찾을 수 있는지 서치하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줘.

너 세컨더리 룸으로 가.

 

갑자기 심사관이 화난 얼굴로 나를 세컨더리 룸으로 보냈다.

세컨더리 룸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던 난 어리둥절 모드가 되어 세컨더리 룸에 입장했다.

내 뒤로도 많은 한국 분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컨더리 룸에 들어오더라. 이 심사관이 유독 불필요하게 까탈스러웠던 것 같다.

세컨더리 룸의 2차 심사관들은 내가 구체적으로 방문 목적, ESTA 비자와 F1 비자의 목적 차이 등등을 설명하자
너무나 쉽게 나를 보내주었다. “Good luck!”이라고 인사까지 해주며.
사실 왜 내가 세컨더리 룸에 들어간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마지막엔 심사관에게 ESTA비자까지 보여줬는데..
심사관은 뭐땜에 나를 보낸걸까..? 흠.

어쨌든, 나는 이 세컨더리룸 방문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서 2시간 경유 후 탑승 예정이었던 샌프란시스코-워싱턴DC 국내선 항공권을 놓쳐버렸다.

 


 

경유지 비행기 놓침

세컨더리룸을 나서자마자 일단 짐을 찾았다.
미국 내에서 국제선->국내선으로 환승할 경우, 짐을 한번 찾은다음 검색대를 거쳐 다시 부치는 게 일반적이다. 나도 내 짐을 찾았다.
내가 짐 찾는 곳에 늦게 도착해서인지 baggage claim 벨트는 멈춰있고 벨트 앞에 캐리어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짐을 찾은 곳 바로 앞에 유나이티드 카운터가 있었다. 이 곳에 문의하니, 직원이 이미 나의 환승편 비행기는 이미 수속이 끝나 탑승할 수 없다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워싱턴DC로 가는 다음 항공편을 예약해주겠다고 했다.

내 생각엔 유나이티드 직원들이 대기줄에서 내 바로 앞에 있던 사람 일만 빠르게 처리해줬어도 나는 환승편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면.. 직원들이 어리버리하며 내 앞사람 일처리를 아주아주 늦게 처리하는 동안 내 환승편 비행기 탑승이 마감됐거든.

어차피 미국에선 이런저런 사정 봐주는 일도 드물다는 걸 알고, 나는 이미 세컨더리룸 일로 기운이 다 빠져있는 상태였기에 나는 굳이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직원이 안내해주는 대로 다음 항공편에 탑승하기로 했다. 직원은 내 캐리어들을 미리 부쳐주었다.

다음 항공편은 10시간 후에 출발하는 일정이다. 탑승 준비 시간을 고려한다해도 8시간은 어떻게든 흘려보내야 한다.

처음엔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나가볼까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8시간 동안 시내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기운이 쑥 빠져있었고 공항 밖으로 굳이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공항 내부를 둘러보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아. PP카드라도 하나 만들어올 걸. 그랬다면 SFO 공항에 있는 라운지라도 이용할텐데.
귀찮아서 안 만들어온 게 한이다.
돈을 내고라도 라운지를 이용할까싶어 여기저기 돌아다녀봤지만, 샌프란시스코엔 돈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도 많지 않은데다 샤워실도 없고 음식도 거의 없는 허술한 라운지조차 75불을 내라고 했다.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대학생 시절처럼 그냥 공항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쇼핑도 하고 게이트 앞에 앉아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드디어 탑승시간이 되어 국내선에 올랐다.

다행히 국내선 비행기도 기내에 스크린이 설치되어있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나마 영화 한 편도 이어 봤다.

워싱턴DC에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4시 반. 이 어두운 시간에 공항에서 시내로 리프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댈러스 공항에서 워싱턴DC 시내로 이동한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진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